BCI 뇌신호변환 (음성복원, 촉각재현, 장기안전성)
말을 잃은 사람이 다시 목소리를 되찾고, 감각을 잃은 손이 다시 촉각을 느낀다.
지난번 중국 '네오' 이식 소식을 조사하면서 이미 놀랐는데, 이번엔 미국 쪽 연구 결과를 들여다보다가 한 번 더 놀랐다.
UC 데이비스와 피츠버그대 연구팀이 각각 발표한 결과를 보면, BCI는 이제 '움직임 보조'를 넘어 '말하기'와 '느끼기'까지 손대고 있었다.

[BCI 뇌신호 변환 인포그래픽]
음성 신경보정술, 뇌 신호를 목소리로 바꾸는 방식
UC 데이비스 세르게이 스터비스키 교수 연구팀은 뇌 신경 활동을 실시간 문장과 음성으로 바꾸는 음성 신경보정술 연구로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가 주는 AI 분야 연구상을 받았다. 여기서 신경보정술이란 손상되거나 상실된 신경 기능을 인공 장치로 대신 수행하게 만드는 기술을 뜻한다. 쉽게 말해 고장 난 부품을 우회 회로로 대체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삭경화증)으로 말을 못 하게 된 45세 환자의 대뇌 피질 세 곳에 미세전극 칩 256개를 이식했다. 환자가 말을 시도하면 그 신호가 딥러닝 알고리즘을 거쳐 39개 음소로 해독된다. 여기서 음소란 '아, 어, 그, 를' 같은 소리의 최소 단위로, 이것들이 순서대로 조합돼야 하나의 단어가 완성된다.
그 다음 AI 언어 모델이 음소를 단어와 문장으로 재구성하고, 텍스트-음성 변환(TTS) 시스템이 환자가 병에 걸리기 전 녹음해둔 목소리 데이터를 학습해 그 사람 본래 목소리로 복원한다.
적용 첫날 단어 50개 범위에서 정확도 99.6%, 둘째 날 12만5000개 단어로 늘렸는데도 90.2%를 기록했고, 이후 학습이 쌓이며 97.5%까지 올랐다(출처: 동아사이언스, 2026.7.20 보도). 생각이 스피커로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 즉 지연시간(latency)은 30밀리초에 불과했다. 지연시간이란 신호가 입력된 순간부터 결과가 출력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으로, 사람이 체감하기 어려울 만큼 짧아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다.
촉각을 되살리는 피츠버그 BCI, 10년 내구성 검증
피츠버그대 로버트 곤트 교수 연구팀은 척수 손상으로 사지가 마비된 환자 5명의 뇌 중 손 감각을 담당하는 영역에 미세전극 칩을 심었다. 로봇 손을 움직일 때 뇌에 미세한 전기 자극을 줘서 찌릿하거나 누르는 촉각이 느껴지게 만드는 방식인데, 이를 피하 미세자극 기술이라 부른다. 피하 미세자극이란 피부 아래가 아니라 뇌 조직 표면 아래에 직접 미세한 전류를 흘려보내 감각 신경을 인위적으로 자극하는 기술을 말한다.
환자들은 3년에서 10년까지 칩을 이식한 채로 생활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촉각이 계속 유지됐고 감각이 느껴지는 위치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
안전성 결과도 인상적이다. 칩이나 뇌 조직 손상, 감염, 출혈, 발작 같은 심각한 부작용은 하나도 관찰되지 않았다. 전기 자극이 끝난 뒤에도 몇 초간 감각이 남는 경미한 부작용이 있었지만, 2만3000번 자극 중 1번꼴로 드물었고 지속 시간도 10초 미만이었다(출처: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2026.7.15 발표).
25년 넘게 전자 회로를 설계해온 사람 입장에서 이 대목이 특히 눈에 들어왔다.
제가 직접 산업 현장에서 다뤄본 센서 모듈도 5년만 지나면 신호대잡음비(SNR)가 눈에 띄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서 신호대잡음비란 원하는 신호가 잡음보다 얼마나 큰지를 나타내는 값으로, 이 값이 낮아지면 신호를 제대로 읽어내기 어려워진다.
그런데 뇌에 삽입한 칩이 10년째 신호 품질을 유지했다는 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다. 인체 내부라는 훨씬 가혹한 환경에서 이 정도 내구성이 나온다는 건 회로 설계자 입장에서도 이례적인 결과다.
네오·뉴럴링크·UC데이비스·피츠버그 비교
지난 글에서 다룬 중국 '네오'와 뉴럴링크에 이번 두 연구까지 더하면, BCI가 노리는 목표 지점이 완전히 다르다는 게 보인다.
| 구분 | 네오(중국) | 뉴럴링크(미국) | UC데이비스 | 피츠버그대 |
| 목표 | 손 재활 | 범용 제어 | 음성 복원 | 촉각 복원 |
| 신호 방향 | 뇌→기기 | 뇌→기기 | 뇌→기기 | 기기→뇌 |
| 전극 위치 | 뇌 표면(경막외) | 뇌 조직 내부 | 대뇌피질 3곳 | 감각피질 |
| 검증 단계 | 상용 승인 | 임상시험 중 | 임상 연구 | 10년 추적 완료 |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른 지점인데, 네오와 뉴럴링크가 '뇌에서 나온 신호를 기기로 보내는' 출력형 구조라면, 피츠버그 연구는 반대로 '기기 신호를 뇌로 넣어주는' 입력형 구조다. 결국 BCI는 한쪽 방향만 뚫리면 끝나는 기술이 아니라, 양방향 신호 전달이 완성돼야 진짜 의미가 있다는 걸 이번에 조사하면서 다시 확인했다.
회로 설계자가 본 BCI 신호처리의 다음 과제
제가 직접 임베디드 시스템에서 실시간 신호처리 파이프라인을 설계해본 경험으로 보면, 이번 연구에서 가장 어려운 구간은 딥러닝 자체가 아니라 30밀리초 안에 신호를 잡아내고 걸러내는 전단(front-end) 회로 쪽이라고 본다.
뇌에서 나오는 신호는 원래 매우 미약하고 잡음이 많이 섞여 있다. 이걸 증폭하고 필터링해서 딥러닝 모델이 처리할 수 있는 깨끗한 데이터로 만드는 과정이, 사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전체 시스템의 성패를 가르는 부분이다.
25년 동안 국내외 주식을 지켜봐 온 입장에서 한 마디 더 보태자면, 이런 기술은 임상 데이터가 몇 년 더 쌓이기 전까지는 투자 판단을 서두를 영역이 아니라고 본다. 기술적 가능성과 상업적 수익성 사이엔 늘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BCI 음성·촉각 복원 자주 묻는 질문
Q1. 음성 신경보정술은 아무 말이나 자유롭게 할 수 있나요?
임상 초기엔 제한된 단어 목록에서 시작했지만, 학습이 쌓이면서 12만5000개 단어 범위까지 정확도 90% 이상을 기록했다.
Q2. 촉각 복원 기술은 통증도 느끼게 하나요?
현재까지 발표된 결과는 누르거나 찌릿한 느낌 위주이며, 통증 신호를 재현하는 연구는 별도로 진행 중이다.
Q3. 미세전극 칩은 몇 년마다 교체해야 하나요?
피츠버그대 연구에서는 최대 10년까지 교체 없이 안정적으로 작동한 사례가 확인됐다.
Q4. 이 기술이 상용화되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아직 대부분 임상 연구·시험 단계로, 중국 네오처럼 정식 상용 승인까지 이어지려면 별도의 규제 절차와 시간이 더 필요하다.
Q5. 딥러닝 없이도 음성 복원이 가능한가요?
현재 방식은 음소 해독과 문장 재구성 전 과정에서 딥러닝 알고리즘에 의존하는 구조라, 딥러닝을 빼면 정확도가 크게 떨어진다.
결론
UC 데이비스는 뇌 신호를 목소리로, 피츠버그대는 로봇 손 감각을 뇌로 되돌려주는 데 성공했다. 방향은 반대지만 둘 다 BCI가 '움직임 보조'를 넘어 '삶의 질' 영역으로 들어섰다는 걸 보여준다. 회로를 오래 다뤄온 입장에서 봐도, 이 흐름은 당분간 더 빨라질 것 같다.
전체 핵심 요약
UC 데이비스 연구팀은 음소 해독과 딥러닝, 텍스트-음성 변환을 결합한 음성 신경보정술로 루게릭병 환자의 목소리를 30ms 지연시간 안에 복원했다. 피츠버그대 연구팀은 피하 미세자극 기술로 척수 손상 환자의 촉각을 10년간 안정적으로 유지시켰다. 네오·뉴럴링크가 '뇌→기기' 출력형이라면 이 연구는 '기기→뇌' 입력형에 가깝고, 양방향 기술이 합쳐질수록 BCI의 실용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