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mΩ 저항 측정기 직접 설계한 후기, 켈빈 회로 도입기

이 저항값 하나 잘못 재면 양품이 불량품 되고, 불량품이 양품 되어 나갑니다. 100핀짜리 저항측정 보드를 처음 받아들었을 때 대상 저항이 30mΩ~150mΩ이라는 스펙을 보고 속으로 '어, 이거 생각보다 까다롭겠는데' 싶었습니다. 정전류 10mA를 흘려도 신호전압이 0.3mV~1.5mV 수준밖에 안 나오는 영역이라, 웬만한 오차 요인은 다 신호에 묻혀버리는 구간이거든요.

30mΩ 앞에서 무너진 2선식 측정

처음 이 프로젝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냥 2선식으로 프로브 찍고 저항 재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커넥터 접촉저항, 배선저항이 보통 수십mΩ~수백mΩ 수준인데, 이게 측정 대상값이랑 자릿수가 같습니다.

그래서 이 보드는 켈빈 4단자 측정법을 채택했습니다. 켈빈 측정법이란 전류를 흘리는 단자(Force)와 전압을 재는 단자(Sense)를 완전히 분리해서, 전압 측정 라인에는 전류가 거의 안 흐르게 만들어 배선저항과 접촉저항의 영향을 원천 차단하는 방식입니다.

저도 예전에 현장직으로 있을 때 하네스 저항 재다가 프로브 접촉 상태 하나 때문에 값이 널뛰기하는 걸 여러 번 겪어봤는데, 그 경험이 이 설계를 이해하는 데 그대로 도움이 됐습니다. 실제로 4-wire Kelvin 방식은 mΩ~μΩ급 저저항 측정의 표준으로 통용되는 방식입니다(출처: All About Circuits).

📌 요약 : 2선식은 30mΩ급에서 배선저항에 신호가 파묻힘 → 전류 라인과 전압 라인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켈빈 4단자 구조가 필수 선택이었음.

20mA 정전류원, 숫자의 함정

회로에 XTR110KU라는 4~20mA 트랜스미터용 IC로 정전류원을 구성했습니다. 정전류원이란 부하 저항이 변해도 항상 일정한 전류를 흘려주는 회로를 말하는데, 저항측정에서는 이 전류값이 곧 계산의 분모가 되기 때문에 정밀도가 생명입니다.

그런데 재밌는 게, 도면 제목엔 20mA라고 적혀있는데 실제 전류감지용 션트저항(200Ω) 값을 놓고 역산해보니 앞뒤가 안 맞았습니다. ADC 전원이 3.3V인데 20mA를 흘리면 션트 양단에 4V가 걸려서 입력 클리핑이 나버리거든요. 계산기 두드리다가 '이거 도면 제목만 보고 그대로 믿으면 안 되겠다' 싶었던 순간이었습니다. 결국 10mA로 트리밍된 게 맞았고, VR1(VREF Adjust)과 VR2(Zero Adjust)로 그 지점을 정밀하게 맞춰주는 구조였습니다.

도면 제목만 믿고 상수를 그대로 펌웨어에 박으면, 계산값이 정확히 2배 틀어지는 계통오차가 생길 수 있습니다. 회로 실측이 도면 텍스트보다 우선입니다.

74HC4067 백채널 MUX 도전기

100채널을 다 커버하려니 74HC4067PW 아날로그 MUX를 2단 트리 구조로 쌓았습니다. 1단에서 16채널씩 묶고, 2단에서 그 그룹들을 다시 골라 최종 1개 라인으로 합치는 방식이에요. 전류 라인은 정전류원이 뒤에서 밀어주니 MUX의 온저항이 커도 전류값 자체는 안 바뀝니다. 문제는 컴플라이언스 전압, 즉 정전류원이 낼 수 있는 최대 출력전압 한계 안에 이 저항 강하가 들어와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 요약 : 전류 라인은 MUX 온저항이 늘어도 정전류 성질 덕분에 큰 문제 없음. 다만 컴플라이언스 전압 여유는 워스트케이스로 반드시 계산해봐야 함.

열기전력이 만든 미스터리 오차

전압 검출(Sense) 라인은 고입력임피던스 증폭기로 받기 때문에 MUX 온저항 영향은 거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100채널을 계속 스캔시켜보니, 같은 저항을 재도 채널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값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처음엔 그냥 노이즈인 줄 알고 넘겼는데, 온도가 오를수록 편차가 더 커지는 걸 보고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하나씩 원인을 좁혀갔습니다. 결국 두 가지가 겹쳐서 만든 문제였습니다.

첫째, 누설전류가 예상보다 컸습니다. 누설전류란 스위치가 꺼진 상태에서도 미세하게 새어나가는 전류를 말하는데, 74HC4067 같은 범용 CMOS 스위치는 온도가 올라갈수록 이 값이 지수적으로 늘어납니다. 100채널 중 99개가 꺼진 상태에서 이 누적 효과가 신호 라인에 살짝 얹히니, 0.3mV짜리 신호 입장에선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크기였습니다.

둘째, 열기전력(Thermal EMF)이라는 게 있다는 걸 이번에 제대로 체감했습니다. 서로 다른 금속이 접촉한 지점(커넥터, MUX 리드, 솔더 접합부 등)에 온도차가 생기면 아주 작은 전압이 자체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인데, 보통 수 μV~수십 μV 수준이라 웬만한 신호에선 무시되지만 우리는 신호 자체가 수백 μV대라 이게 그대로 오차로 드러났습니다. 여름철 함체 온도가 오르내릴 때마다 값이 흔들리던 게 바로 이것 때문이었습니다.

25년 회로 만지면서도 열기전력을 실제 원인으로 지목해본 건 이번이 거의 처음이었는데, mΩ급 저저항 측정이 얼마나 예민한 영역인지 제대로 배운 계기였습니다. 아날로그 스위치의 누설전류가 온도 상승에 따라 크게 증가하는 현상은 정밀 신호 경로 설계에서 실제로 자주 보고되는 문제입니다(출처: Analog Devices EngineerZone).

신호 레벨이 mV 이하로 내려가면 '이 정도는 무시해도 되겠지' 싶었던 요소들이 전부 되살아납니다. 오프셋 전압, 누설전류, 열기전력까지 전부 재점검 대상이 됩니다.

ADG1607로 갈아탄 이유

결국 Sense 라인의 MUX만 정밀급 부품으로 교체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냈습니다. Force 라인은 정전류원 뒤에 있어서 그대로 두고, 전압을 직접 재는 민감한 구간만 바꾼 겁니다. 비교해보면 차이가 확실했습니다.

항목 74HC4067 ADG1607 릴레이 매트릭스
오프상태 누설전류 수백nA~1μA 1nA 이하 사실상 0
온저항(Ron) 70~100Ω 4~9Ω 수십mΩ
스위칭 속도 빠름 빠름 느림(수ms)
비용/실장 면적 낮음 중간 높음

검사 속도를 포기할 수 없는 생산라인용 보드라서, Sense 라인만 ADG1607로 바꾸는 하이브리드 구성으로 최종 방향을 잡았습니다. Force 라인은 기존 74HC4067을 유지해도 정전류 특성상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실측 검증, 캘리브레이션 마무리

Sense 라인 교체 후에는 VR1(Span/VREF Adjust)과 VR2(Zero Adjust)를 이용해 전류를 먼저 대략 잡고, 션트저항 양단 전압을 ADS1115로 실측하며 목표 10mA에 수렴할 때까지 반복 조정했습니다. 오프셋 전압, 즉 신호가 0이어야 할 때도 증폭기가 자체적으로 만들어내는 미세한 잔류전압까지 확인해가며 최종 트림을 마쳤습니다.

30mΩ~150mΩ 범위에서 채널 간 편차가 안정적으로 잡히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이제 됐다' 싶었습니다.

📌 요약 : Sense 라인 정밀급 MUX 교체 + VR1/VR2 반복 트림 + ADC 실측 폐루프 캘리브레이션으로 최종 오차 안정화.

자주 묻는 질문 Q&A

Q1. 켈빈 방식 안 쓰고 그냥 정밀 저항계로 재면 안 되나요?
접촉 지그가 100핀씩 매번 붙었다 떨어지는 구조라, 접촉저항이 그때그때 달라집니다. 2선식으로는 이 편차를 절대 못 잡습니다.

Q2. 도면에 적힌 값을 왜 그대로 안 믿으셨나요?
ADC 전원 헤드룸이랑 계산이 안 맞았거든요. 저는 항상 도면 텍스트보다 실제 소자 전원조건을 먼저 역산해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Q3. 열기전력 문제는 어떻게 알아차리셨어요?
같은 저항인데 시간대별로 값이 흔들리는 걸 로그로 계속 남겨보다가, 온도 변화 타이밍이랑 겹치는 걸 보고 의심했습니다.

Q4. MUX를 전부 바꾸지 왜 Sense 라인만 바꾸셨어요?
Force 라인은 정전류 특성상 온저항 영향이 적어서, 비용 대비 효과가 없는 곳까지 굳이 바꿀 필요는 없었습니다.

Q5. VR1/VR2 트림, 몇 번 만에 맞추셨나요?
보통 3~4회 반복하면 수렴하더라고요. 한 번에 딱 맞추려고 하면 오히려 오래 걸립니다.

마무리하며

mΩ급 저항측정은 신호가 워낙 작다 보니, 평소엔 무시하던 요소들이 전부 살아나서 발목을 잡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로 켈빈 4단자 구조, 정전류원 트리밍, MUX 선정 기준까지 한 번에 정리된 느낌입니다.

100핀 저항 측정 회로 블럭도 공유합니다.

[100핀 저항 측정 블럭도]

✔ 오늘 점검해볼 것 : 신호가 mV 이하인 라인이 있다면 MUX 스펙 중 누설전류 수치부터 다시 확인해보세요.
✔ 도면 상의 라벨이나 제목은 참고용일 뿐, 실제 전원 조건과 반드시 교차검증하세요.
✔ 채널 간 편차가 흔들린다면 온도 변화 타이밍과 겹치는지 먼저 로그로 확인해보세요.

본 글은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개인적인 기록이며, 특정 부품이나 설계의 완전성을 보증하지 않습니다. 실제 설계 적용 시 각 부품의 최신 데이터시트와 현장 조건을 반드시 함께 검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