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 6편 | 전류미러 회로의 원리와 응용

똑같은 회로를 옆에 나란히 붙여놓기만 하면 전류가 똑같이 복사될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채널마다 LED 밝기가 미묘하게 다르게 나와서 한참을 헤맨 적이 있습니다.

5편까지 스위칭 회로를 다뤘다면, 6편부터는 용도별 분류의 세 번째 갈래인 전류 제어 및 바이어스입니다. 그 시작은 아날로그 IC 설계의 뼈대라 할 수 있는 전류미러(Current Mirror) 회로입니다.

이름 그대로 전류를 거울처럼 복사해서 다른 곳에 그대로 흘려주는 회로인데, 이 '복사'가 왜 이론처럼 완벽하지 않은지 실무 경험과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전류미러란, 전류를 복사해서 나눠주는 회로

전류미러(Current Mirror)는 한쪽 회로(기준 branch)에 흐르는 전류를 그대로 복사해, 다른 쪽 회로(출력 branch)에도 똑같은 전류를 흘려주는 회로입니다. 기본형은 TR 두 개와 저항 하나로 구성됩니다.

[전류미러회로]

한쪽 TR은 베이스와 컬렉터를 서로 묶어놓습니다. 이렇게 연결하면 이 TR은 항상 활성 영역의 경계, 즉 다이오드처럼 동작하면서 저항을 통해 흘러들어오는 기준전류(IREF)를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두 번째 TR은 첫 번째 TR과 베이스를 공유합니다. 두 TR의 특성이 똑같다면, 같은 베이스 전압에서는 같은 컬렉터 전류가 흐르는 게 당연합니다. 그래서 두 번째 TR의 컬렉터에는 기준전류와 똑같은 크기의 전류가 그대로 '복사'되어 흐릅니다.

한 줄 요약

전류미러는 베이스와 컬렉터를 묶은 다이오드 연결 TR로 기준전류를 만들고, 베이스를 공유하는 두 번째 TR이 이 전류를 그대로 복사해 출력하는 회로입니다.

복사가 정확하려면, 두 TR의 VBE가 같아야 한다

이 복사가 정확하게 이뤄지려면 딱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합니다. 두 TR의 베이스-이미터 전압(VBE)과 hFE 특성이 똑같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반도체 IC 설계에서는 이 조건을 맞추기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같은 실리콘 웨이퍼 위에, 같은 공정으로, 서로 바로 옆에 붙여서 두 TR을 만들기 때문에 도핑 특성과 온도 조건이 사실상 동일합니다. 미국 특허 자료에서도 전류미러 정확도의 핵심 요소로 두 TR의 VBE 매칭을 꼽으며, 제조 공정상 편차 때문에 이 매칭이 완벽하지 않을 경우 별도의 보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출처: 미국 특허(US9568538), 전기적 스트레스를 이용한 바이폴라 트랜지스터 쌍의 매칭).

문제는 이 조건이 개별 부품(디스크리트) TR 두 개를 따로 사서 회로를 구성할 때는 그대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같은 부품번호라도 개체마다 VBE와 hFE가 미세하게 다르고, 기판 위에서의 위치나 발열원과의 거리에 따라 두 TR의 온도 조건마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 전류미러의 정확도는 두 TR의 VBE·hFE 매칭에 전적으로 달려 있습니다. 같은 웨이퍼에서 만든 IC 내부 TR은 이 조건을 잘 만족하지만, 개별 디스크리트 TR을 조합할 때는 매칭이 틀어지기 쉽습니다.

인디케이터 보드에서 겪은 채널별 밝기 편차 사고

서두에 말씀드린 사고를 좀 더 풀어보겠습니다. 검사 장비 상태 표시판에 여러 채널의 LED 밝기를 동일한 기준전류로 맞춰야 하는 회로를 설계하면서, IC 매칭 페어 대신 부품함에 있던 범용 소신호 TR을 여러 개 사서 각 채널마다 전류미러를 하나씩 구성한 적이 있습니다.

회로 이론상으로는 기준전류만 똑같이 잡아주면 모든 채널의 LED가 똑같은 밝기로 켜져야 했습니다. 그런데 완성된 보드를 켜보니 채널마다 밝기가 눈에 띄게 들쭉날쭉했습니다.

멀티미터로 각 채널의 실제 전류를 재보니, 같은 부품번호의 TR인데도 채널마다 컬렉터 전류가 10~20% 넘게 차이 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보드에 전원을 넣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편차가 미세하게 더 벌어지는 채널도 있었습니다.

원인을 뜯어보니 두 가지가 겹쳐 있었습니다. 하나는 개별 TR의 VBE 편차 자체였고, 다른 하나는 보드 레이아웃상 일부 채널의 전류미러 TR 쌍이 근처 전력 저항 발열원과 가까워 두 TR 사이에 미세한 온도차가 생긴 것이었습니다. 이 온도차가 다시 VBE 차이를 벌리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편차가 더 커지는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정밀도가 꼭 필요한 채널은 매칭된 TR 쌍(듀얼 TR 패키지)으로 교체하고, 발열원과 최대한 거리를 두는 레이아웃으로 바꾸고 나서야 채널별 편차가 눈에 띄게 잦아들었습니다.

한 줄 요약

개별 디스크리트 TR로 전류미러를 구성하면 VBE 편차와 온도차로 복사 정확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정밀도가 필요하다면 매칭된 듀얼 TR 패키지를 쓰고, 발열원과 거리를 둔 레이아웃이 필요합니다.

얼리효과와 출력저항, 완벽하지 않은 복사의 또 다른 이유

두 TR이 완벽하게 매칭됐다고 해도 전류미러는 여전히 이상적이지 않습니다. 이론상으로는 출력 전류가 컬렉터 전압과 무관하게 완전히 일정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컬렉터-이미터 전압이 올라갈수록 출력 전류가 미세하게 함께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를 얼리효과(Early Effect)라 부릅니다.

얼리효과란 쉽게 말해, 컬렉터 전압이 올라가면 베이스 영역의 실효 폭이 미세하게 줄어들면서 전류가 살짝 더 잘 흐르게 되는 현상입니다. 이 때문에 전류미러의 출력단은 완벽한 정전류원이 아니라 유한한 출력저항을 가진 정전류원처럼 동작합니다. 정밀도가 특히 중요한 아날로그 IC 설계에서는 이 출력저항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TR을 하나 더 쌓아 올리는 캐스코드(Cascode) 전류미러나, 되먹임을 추가한 윌슨(Wilson) 전류미러 같은 개선된 구조를 사용합니다.

한 줄 요약

얼리효과 때문에 기본형 전류미러의 출력저항은 무한대가 아니라 유한한 값을 가집니다. 이 정밀도가 부족할 때 캐스코드나 윌슨 구조 같은 개선된 전류미러가 쓰입니다.

왜 저항 대신 전류미러를 쓰는가

간단히 정전류를 만들고 싶다면 그냥 저항 하나로도 어느 정도는 됩니다. 그런데도 아날로그 IC 내부에서는 저항 대신 전류미러가 압도적으로 많이 쓰입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저항으로 정전류를 만들려면 전원전압이 변할 때마다 전류가 함께 흔들리지만, 전류미러는 기준전류 하나만 안정적으로 잡아주면 전원전압 변동의 영향을 훨씬 덜 받습니다. 둘째, 반도체 칩 위에서 큰 저항값을 정확하게 만드는 것보다, 작은 TR 여러 개를 정밀하게 배치하는 쪽이 칩 면적과 공정 측면에서 훨씬 유리합니다.

게다가 전류미러는 TR의 이미터 면적 비율만 조정하면 기준전류의 몇 배, 혹은 몇 분의 1 크기의 전류도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어, 하나의 기준전류로 칩 내부 여러 회로 블록에 필요한 다양한 바이어스 전류를 동시에 공급하는 용도로도 널리 쓰입니다.

참고 링크

전류미러는 지금이야 아날로그 IC 설계의 기본 중 기본으로 취급되지만, 이 개념이 처음 자리 잡은 것도 사실 IC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였습니다.

디스크리트 TR로 회로를 짜던 시절에는 저항으로 정전류를 만드는 게 오히려 더 실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1960년대 집적회로 기술이 발전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칩 위에서는 저항보다 TR을 정밀하게 매칭시켜 만드는 쪽이 훨씬 쉬워졌고, 엔지니어들은 자연스럽게 저항 대신 TR 쌍으로 전류를 다루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일찍이 1990년대 전자부품 업계에서 전류미러 회로를 개선하는 실용신안이 등록될 만큼(출처: 한국 실용신안(KR0115559Y1), 전류 미러 회로), 이 회로는 국내 아날로그 회로 설계 현장에서도 꾸준히 개선되고 응용되어 온 기본 회로입니다. 디스크리트 시대의 저항이 IC 시대의 TR 쌍으로 자리를 넘겨준 셈인데, 이 전환이 지금 우리가 쓰는 거의 모든 아날로그 IC 내부에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 기사 링크: All About Circuits, 아날로그 칩 설계와 전류미러/차동쌍 기초

· 뉴스 링크: 소신호 트랜지스터 시장 규모와 성장 전망(2026-2033년)

· 학회 링크: IEEE Electron Devices Society

· 논문 링크: 한국 실용신안(KR0115559Y1), 전류 미러 회로

자주 묻는 질문 Q&A

Q1. 디스크리트 TR로도 정밀한 전류미러를 만들 수 있나요?

듀얼 TR 패키지(한 몸체 안에 두 TR이 들어있는 부품)를 쓰면 상당히 개선할 수 있습니다. 같은 다이 위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VBE 매칭과 온도 추종성이 개별 TR 두 개를 조합하는 것보다 훨씬 좋습니다. 저도 그 사고 이후로 정밀도가 필요한 채널은 듀얼 TR 패키지로 바꿨습니다.

Q2. 전류미러의 출력비를 1:1이 아니게 만들 수도 있나요?

가능합니다. 두 TR의 이미터 면적 비율을 다르게 설계하면, 그 비율만큼 출력전류가 기준전류의 배수나 분수로 조정됩니다. IC 내부에서는 이 방식으로 한 기준전류에서 여러 크기의 바이어스 전류를 동시에 만들어냅니다.

Q3. 얼리효과는 항상 문제가 되나요?

전류 정밀도가 중요하지 않은 일반적인 바이어스 용도라면 얼리효과로 인한 오차는 대체로 무시할 만한 수준입니다. 다만 정밀 계측이나 고이득 증폭단의 능동부하처럼 미세한 전류 오차도 문제가 되는 자리라면 캐스코드 구조 같은 보완이 필요합니다.

Q4. 전류미러는 디지털 회로에서도 쓰이나요?

직접적인 논리 연산에는 쓰이지 않지만, 디지털 IC 내부의 아날로그 성격을 가진 부분(입출력 버퍼의 구동 전류 설정, 클럭 발진기의 바이어스 전류 등)에는 여전히 널리 쓰입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에 있는 회로일수록 전류미러를 만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Q5. 7편에서는 어떤 내용을 다루나요?

7편에서는 전류 제어 및 바이어스 분류를 마무리하며, 온도 변화에도 동작점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바이어스 안정화 기법과 열폭주 방지 설계를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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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오늘 다룬 내용을 정리하면, 전류미러는 두 TR의 VBE 매칭을 이용해 기준전류를 다른 branch로 복사하는 회로이며, IC 내부에서는 정밀하게 매칭된 TR 쌍 덕분에 저항보다 훨씬 안정적인 정전류원 역할을 합니다.

제가 인디케이터 보드에서 겪은 것처럼, 이 '완벽한 매칭'이라는 전제가 개별 디스크리트 부품으로는 쉽게 깨질 수 있습니다. 전류미러를 디스크리트로 구현할 때는 항상 부품 매칭과 열적 배치까지 함께 고려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다음 7편에서는 전류 제어 및 바이어스 분류를 마무리하며, 온도 보상과 바이어스 안정화, 열폭주 방지 설계로 넘어가겠습니다.

본 글은 필자의 실무 경험과 공개된 기술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참고용 정보이며, 특정 부품의 선정이나 회로 설계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실제 설계 적용 시에는 반드시 해당 부품의 최신 데이터시트와 안전 규격을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