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 3편 | 소신호 증폭 vs 전력 증폭, 증폭 클래스(A/B/AB/C) 이해하기
설비 알림 방송용 스피커에서 소리가 유독 작을 때만 지지직거린다는 민원을 받고, 원인을 찾아보니 회로 설계 방식 자체의 문제였던 적이 있습니다.
2편에서 공통이미터 증폭회로와 바이어스를 다졌다면, 3편에서는 증폭 회로 분류를 마무리하며 소신호와 전력 증폭의 차이, 그리고 증폭 클래스 A/B/AB/C를 정리하겠습니다.
클래스 이름만 들으면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 핵심은 딱 하나입니다. '동작점을 얼마나 켜둔 채로 신호를 증폭할 것인가'라는 선택입니다.
소신호 증폭 vs 전력 증폭, 다루는 무게가 다르다
소신호 증폭(Small-Signal Amplification)은 마이크로볼트에서 밀리볼트 수준의 작은 신호를 다룹니다. 목표는 신호를 최대한 왜곡 없이, 정직하게 키우는 것입니다. 센서 신호 전처리, 오디오 프리앰프처럼 신호 다음 단으로 넘겨주기 위한 중간 단계에 주로 쓰입니다.
| [소신호 증폭] |
전력 증폭(Power Amplification)은 이미 어느 정도 커진 신호를 스피커나 모터처럼 실제 부하를 구동할 수 있는 수준까지 키우는 역할입니다. 여기서는 전압 스윙 폭 자체가 커서 TR이 활성 영역을 벗어나 포화나 차단에 가까워지는 순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 [전력 증폭] |
국내에도 소개된 RF·전력 증폭기 비교 자료에서도, 전력 증폭기의 목적은 최소한의 신호 왜곡으로 부하에 충분한 전력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정리하고 있습니다(출처: Altium 기술 자료, LNA와 PA의 차이점). 즉 소신호 증폭이 '정직한 확대'에 집중한다면, 전력 증폭은 '효율적인 확대'까지 함께 신경 써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 효율과 왜곡 사이의 저울질이 지금부터 다룰 클래스 분류의 핵심입니다.
소신호 증폭은 왜곡 없는 정직한 확대에 집중하고, 전력 증폭은 여기에 더해 부하 구동 효율까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이 효율-왜곡 트레이드오프가 증폭 클래스를 나누는 기준입니다.
클래스 A, 가장 깨끗하지만 가장 비효율적인 증폭
클래스 A(Class A)는 2편에서 다룬 방식 그대로, 동작점을 활성 영역 한가운데 잡아 TR이 신호 주기 전체(360도) 동안 계속 도통한 채로 증폭하는 방식입니다.
TR이 한순간도 꺼지지 않으니 신호가 끊기거나 이어붙는 지점이 아예 없습니다. 그만큼 왜곡이 가장 적고 소리 품질이 좋아, 지금도 고급 오디오 앰프에서 선호하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효율입니다. 신호가 없을 때도 TR에는 항상 일정한 전류가 계속 흐르고 있어야 하니, 이 대기 전류가 전부 열로 날아갑니다. 실무 자료에서도 클래스 A는 실제 구현 기준으로 대략 15~35% 수준의 효율에 그친다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60~80% 이상의 전력이 소리가 아니라 열로 사라진다는 뜻이라, 큰 방열판이 사실상 필수입니다.
정리하면 — 클래스 A는 도통각 360도로 왜곡이 가장 적지만, 신호가 없을 때도 대기 전류가 계속 흘러 효율이 15~35% 수준에 그칩니다. 음질이 최우선이고 발열 관리가 가능한 자리에 적합합니다.
클래스 B와 크로스오버 왜곡, 효율을 얻은 대가
클래스 B(Class B)는 동작점을 아예 차단(cutoff) 지점에 걸어두고, 신호 주기의 절반(180도)씩만 두 개의 TR(보통 NPN·PNP 상보쌍)이 번갈아 도통하는 방식입니다. 한쪽이 쉴 때는 완전히 꺼져 있으니 대기 전류로 인한 손실이 사실상 없습니다.
덕분에 이론상 최대 효율이 약 78.5%까지 올라갑니다. 클래스 A와 비교하면 압도적인 효율입니다. 하지만 대가가 있습니다. TR을 켜려면 베이스-이미터 접합의 문턱전압(약 0.6~0.7V)을 넘어야 하는데, 신호가 이 문턱전압 근처를 지나가는 아주 짧은 구간에서는 두 TR 모두 꺼져 있는 '데드존'이 생깁니다.
이 데드존 때문에 신호가 0V를 지나갈 때마다 파형이 살짝 끊기거나 뭉개지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크로스오버 왜곡(Crossover Distortion)이라 부릅니다. 특히 소리가 작은 저음량 구간일수록 이 데드존이 신호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져서 왜곡이 더 두드러지게 들립니다.
클래스 B는 두 TR이 180도씩 번갈아 도통해 이론상 78.5%까지 효율을 끌어올리지만, 문턱전압 근처의 데드존 때문에 크로스오버 왜곡이 생깁니다. 저음량 구간일수록 왜곡이 더 두드러집니다.
방송 스피커에서 겪은 크로스오버 왜곡 민원
서두에 말씀드린 사고를 좀 더 풀어보겠습니다. 공장 내 안내방송용 소형 스피커 구동단을 설계하면서, 부품 수와 발열을 줄이겠다는 생각으로 상보형 TR 두 개를 문턱전압 근처에서 그대로 맞붙이는 단순한 클래스 B 구조로 설계한 적이 있습니다.
벤치 테스트에서는 볼륨을 어느 정도 키운 상태로만 확인했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 설치하고 나니, 야간이나 조용한 시간대에 볼륨을 낮춰서 안내방송을 내보낼 때마다 소리가 지지직거리며 뭉개진다는 민원이 반복됐습니다.
오실로스코프로 스피커 출력단 파형을 직접 찍어보니, 신호가 0V를 지나가는 지점마다 파형이 살짝 납작하게 눌린 모양이 뚜렷하게 보였습니다. 정확히 교과서에 나오는 크로스오버 왜곡 파형 그대로였습니다.
볼륨이 클 때는 이 데드존이 전체 신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귀에 잘 안 들렸지만, 볼륨을 낮추자 데드존 구간이 신호 대비 상대적으로 커지면서 왜곡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었습니다. 결국 두 TR의 베이스 사이에 다이오드 두 개를 직렬로 넣어 미세하게 앞서 켜지도록 바이어스를 살짝 걸어주는 방식으로 회로를 고쳤고, 그 뒤로는 볼륨과 무관하게 왜곡 민원이 사라졌습니다. 이 수정된 방식이 바로 다음에 다룰 클래스 AB입니다.
단순 클래스 B 구조는 저음량 구간에서 크로스오버 왜곡이 특히 두드러집니다. 벤치 테스트를 볼륨이 큰 조건에서만 하면 이 문제를 놓치기 쉬우니, 저음량 조건까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클래스 AB, 실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절충안
클래스 AB(Class AB)는 이름 그대로 클래스 A와 B 사이의 절충안입니다. 두 TR을 완전한 차단이 아니라 아주 살짝 켜진 상태(도통각 180도를 살짝 넘는 정도)로 미리 바이어스해둡니다.
이렇게 하면 신호가 0V를 지나갈 때도 두 TR이 살짝 겹쳐서 켜져 있는 구간이 생겨, 클래스 B의 데드존이 사실상 사라집니다. 왜곡률이 1% 이하, 잘 설계하면 0.1% 수준까지 떨어질 정도로 개선됩니다.
효율은 클래스 B의 78.5%보다는 조금 낮아지지만(대략 60~70%대), 클래스 A의 15~35%보다는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왜곡과 효율 두 마리 토끼를 적당히 잡을 수 있어서, 지금 나오는 오디오 파워앰프와 대부분의 실무용 전력 증폭 회로가 이 클래스 AB 방식을 기본으로 삼고 있습니다.
클래스 AB는 TR을 살짝 켜진 상태로 바이어스해 크로스오버 왜곡을 없애면서도 클래스 A보다 훨씬 높은 효율(약 60~70%)을 확보합니다. 실무 전력 증폭 회로의 사실상 기본값입니다.
클래스 C, 오디오는 포기하고 효율만 취한 증폭
클래스 C(Class C)는 한발 더 나아가 도통각을 180도보다도 훨씬 짧게(신호의 피크 근처에서만 잠깐) 잡습니다. 신호 대부분의 구간에서 TR이 꺼져 있으니 효율은 70~80%까지 올라가지만, 왜곡률도 10~30%에 달할 만큼 극심해집니다.
이 정도 왜곡은 오디오에는 전혀 쓸 수 없는 수준이지만, 무선 송신기처럼 특정 주파수 하나만 증폭하면 되는 RF 회로에서는 오히려 유리합니다. 출력단에 LC 공진회로(튜닝 회로)를 붙이면, 짧게 끊겨 나온 펄스 모양 전류에서도 원하는 주파수 성분만 걸러내 매끈한 사인파로 복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클래스 C는 오디오 앰프가 아니라 무선 송신기의 RF 전력 증폭단에 주로 쓰입니다.
| 클래스 | 도통각 | 효율 | 왜곡 | 대표 용도 |
| A | 360도 | 15~35% | 매우 낮음 | 고급 오디오, 소신호 전치증폭 |
| B | 180도 | 최대 78.5% | 크로스오버 왜곡 | 저비용 스피커 구동(단독 사용 드묾) |
| AB | 180도 초과 | 60~70% | 1% 이하 | 오디오 파워앰프, 범용 전력증폭 |
| C | 180도 미만 | 70~80% | 매우 높음(10~30%) | RF 송신기 전력증폭단 |
참고 링크
증폭 클래스라는 개념 자체는 사실 트랜지스터보다 훨씬 먼저, 진공관 시절부터 쓰이던 분류법입니다.
20세기 초 진공관 라디오 송신기 시절, 엔지니어들은 이미 진공관을 얼마나 오래 켜둔 채로 신호를 증폭할지에 따라 효율과 음질이 크게 갈린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진공관 시대에는 클래스 B 방식을 흔히 '푸시풀(push-pull)'이라 불렀는데, 이 용어는 트랜지스터 시대로 넘어오면서 점점 덜 쓰이게 됐지만 분류 체계 자체는 그대로 이어져 지금 우리가 쓰는 A/B/AB/C 명칭으로 남았습니다. 부품은 진공관에서 반도체로 완전히 바뀌었어도, 효율과 왜곡 사이에서 저울질해야 하는 근본적인 고민은 100년 넘게 똑같이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 기사 링크: Altium 기술 자료, 어떤 전력 증폭기 클래스를 사용해야 할까?
· 뉴스 링크: MOSFET 파워 트랜지스터 시장 규모와 성장 전망(2026-2031년)
· 학회 링크: IEEE Electron Devices Society
· 논문 링크: KAIST 학위논문, 전력 증폭기(Power Amplifier) 선형화 회로 연구
자주 묻는 질문 Q&A
Q1. 크로스오버 왜곡은 오실로스코프 없이도 확인할 수 있나요?
소리로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저는 볼륨을 아주 낮춘 상태에서 사인파 톤을 흘려보내고 지지직거리는 잡음이 섞이는지 귀로 먼저 확인한 뒤, 의심되면 오실로스코프로 0V 교차 지점을 확대해서 최종 확인하는 순서로 진단합니다.
Q2. 클래스 AB에서 다이오드 바이어스는 항상 다이오드 두 개를 써야 하나요?
가장 흔한 방식이 다이오드 두 개를 직렬로 쓰는 구조이지만, 저항과 가변저항을 조합해 바이어스 전압을 미세 조정하는 방식(VBE 멀티플라이어)도 널리 쓰입니다. 온도 보상까지 고려해야 하는 정밀 회로라면 후자가 더 많이 쓰입니다.
Q3. 클래스 D는 왜 이번 편에서 다루지 않았나요?
클래스 D는 TR을 완전히 켜거나 끄는 스위칭 방식(PWM)으로 아날로그 신호를 재현하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라, 이번 시리즈의 스위칭 편에서 별도로 다루는 게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지금은 효율이 90% 이상까지 나와 소형 오디오 앰프에서 빠르게 표준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Q4. 실무에서 클래스 A를 아예 안 쓰는 건 아니죠?
네, 소신호 전치증폭단이나 정밀 계측 회로처럼 발열보다 왜곡 없는 신호가 훨씬 중요한 자리에는 지금도 클래스 A가 쓰입니다. 다루는 전력 자체가 작으면 효율이 낮아도 발열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Q5. 4편에서는 어떤 내용을 다루나요?
4편부터는 용도별 분류의 두 번째 갈래인 스위칭 회로로 넘어갑니다. TR을 확실하게 포화 영역까지 밀어넣어 디지털 스위치처럼 쓰는 설계 방법을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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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 마무리
오늘 다룬 내용을 정리하면, 증폭 클래스는 결국 TR을 얼마나 오래 켜둔 채로 신호를 증폭하느냐(도통각)에 따라 왜곡과 효율이 정반대로 움직이는 관계를 정리한 분류입니다. 클래스 A는 왜곡을 포기하지 않는 대신 효율을 희생하고, 클래스 C는 효율을 위해 왜곡을 완전히 포기합니다.
제가 방송 스피커 민원을 겪으며 배운 것처럼, 벤치 테스트에서 놓치기 쉬운 저음량·저신호 조건까지 반드시 확인해야 크로스오버 왜곡 같은 문제를 사전에 잡아낼 수 있습니다. 전력 증폭 회로를 설계할 때는 항상 '이 클래스가 요구하는 왜곡과 효율 수준이 이 회로에 맞는가'를 먼저 따져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다음 4편부터는 증폭을 마무리하고, TR을 디지털 스위치로 쓰는 스위칭 회로로 넘어가겠습니다.
본 글은 필자의 실무 경험과 공개된 기술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참고용 정보이며, 특정 부품의 선정이나 회로 설계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실제 설계 적용 시에는 반드시 해당 부품의 최신 데이터시트와 안전 규격을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