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의 모든 것 1편 | 저항 종류와 구조, 용도에 따른 분류
저항값 하나 잘못 읽어서 라인 전체를 세운 적, 저는 있습니다. 0.1옴짜리 감지 저항인 줄 알고 검사지그에 꽂았는데 알고 보니 자릿수가 하나 밀린 1옴짜리였고, 그날 오후 내내 불량 판정이 쏟아지는 걸 보면서 저항이라는 부품을 다시 봤습니다. 가장 흔하고 가장 만만하게 보는 부품인데, 막상 내부를 뜯어보면 세라믹 공학, 후막 인쇄, 레이저 정밀가공이 다 들어가 있는 물건입니다. 오늘은 저항의 기본 종류와, 요즘 기판에서 가장 많이 보는 SMD 칩저항이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현장 경험을 섞어서 풀어보겠습니다.
저항이 회로에서 하는 일과 종류가 갈리는 이유
저항(Resistor)은 전류의 흐름을 제한하는 부품입니다. 단순히 전류를 줄이는 것뿐 아니라, 전압분배(Voltage Divider)를 만들어 기준전압을 잡거나, 풀업/풀다운으로 로직 상태를 확정짓거나, 전류감지(Current Sensing)용으로 극저항값을 넣어 전류를 전압으로 환산하는 역할까지 합니다. 제가 검사지그를 설계할 때도 전류감지 저항 하나 선정 방식에 따라 정밀도가 완전히 달라지는 걸 여러 번 겪었습니다.
종류가 갈리는 이유는 결국 저항체(Resistive Element)를 무엇으로,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금속선을 감아서 만들면 권선저항, 탄소막을 코팅하면 탄소피막저항, 세라믹 기판 위에 금속산화물 페이스트를 인쇄하면 후막저항, 진공 증착으로 아주 얇은 금속막을 입히면 박막저항이 됩니다. 같은 100옴이라도 만드는 방식에 따라 온도에 대한 저항값 변화, 즉 TCR(Temperature Coefficient of Resistance, 온도계수)이 완전히 다릅니다.
현장에서 실제로 마주치는 저항 종류 비교
제가 20년 넘게 BOM(부품 리스트)에 올린 저항만 따져도 대략 이 다섯 가지 안에서 거의 다 해결됩니다. 표로 정리해두면 신입 엔지니어들에게 설명할 때도 훨씬 빠릅니다.
| 종류 | 저항체 | 정밀도 | 주 용도 |
|---|---|---|---|
| 탄소피막저항 | 탄소 코팅막 | ±5% 수준 | 저가 범용 회로 |
| 금속피막저항 | 금속 합금막 | ±1% 수준 | 정밀 아날로그단 |
| 권선저항 | 저항선(니크롬 등) | 고정밀·고전력 | 전류감지, 전력회로 |
| SMD 후막저항 | 금속산화물 페이스트 | ±1~5% | 일반 SMT 기판 전반 |
| SMD 박막저항 | 증착 금속박막 | ±0.1~0.5% | 정밀 계측, 기준전압 |
SMD 칩저항이 만들어지는 순서, 처음부터 끝까지
요즘 기판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쓰이는 게 후막(Thick Film) 방식 SMD 칩저항입니다. 1608(0603), 2012(0805) 사이즈로 흔히 부르는 그 검은 칩이 바로 이겁니다. 제조 순서를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공정이 촘촘합니다.
1) 기판 준비 — 96% 순도의 알루미나(Al2O3) 세라믹 대형 시트를 씁니다. 알루미나 기판은 표면이 매끄럽고 다공성이 낮으며 열전도율이 15~50W/mK 수준으로 우수해 후막 인쇄용 기판으로 가장 널리 쓰입니다(출처: ipcb.kr 세라믹 알루미나 기판 자료).
2) 이면전극 인쇄 — 기판 양면에 은(Ag) 또는 은-팔라듐(Ag-Pd) 페이스트로 전극을 스크린 인쇄하고 소성(굽는 공정)합니다. 이게 나중에 저항체와 외부 단자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3) 저항체 인쇄 — 여기가 핵심입니다. 산화루테늄(RuO2)을 유리 성분과 섞은 후막 페이스트를 전극 사이에 스크린 인쇄합니다. 여기서 산화루테늄이란 저항값을 실제로 결정짓는 금속산화물 분말로, 유리질(글라스) 바인더와 섞이는 비율에 따라 저항값 자체가 달라지는 재료입니다. 섞는 비율을 얼마나 정밀하게 관리하느냐가 그 회사 후막저항의 품질을 가릅니다.
4) 소성(Firing) — 850도 안팎의 고온 노(爐)를 통과시켜 페이스트를 단단히 굳힙니다. 이 과정에서 유리 성분이 녹으며 산화루테늄 입자들을 세라믹 표면에 단단히 붙잡아 주는데, 이 소성 온도 프로파일이 조금만 틀어져도 저항값 분포가 넓어집니다.
칩저항 단면을 잘라보면 보이는 3층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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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칩저항 단면 설명] |
예전에 불량 저항을 단면 연마해서 현미경으로 본 적이 있는데, 구조가 생각보다 단순 명료했습니다. 아래에서 위로 순서대로 알루미나 세라믹 기판, 그 위의 저항체막(산화루테늄+유리), 그리고 저항값을 보호하는 유리 보호막(Overglaze)이 얹혀 있고, 양 끝단에는 3층 구조의 전극이 붙습니다.
전극은 내부전극(은 또는 은-팔라듐), 중간의 니켈(Ni) 도금층, 최외곽의 주석(Sn) 도금층 이렇게 3층으로 구성됩니다. 여기서 니켈 도금층이란 리플로우 납땜 시 고온의 열이 내부 은 전극까지 침투해 부식이나 용출되는 걸 막아주는 배리어(barrier) 층으로, 이게 없으면 납땜 반복 시 전극이 녹아 없어지는 현상이 생깁니다. 박막(Thin Film) 방식 역시 절연기판 위에 저항체와 전극을 형성하는 큰 틀은 비슷하지만, 스퍼터링 같은 진공 증착 공정과 고순도 알루미나 기판을 쓰기 때문에 훨씬 얇고 균일한 저항막을 얻을 수 있습니다(출처: 특허청 공개특허 KR20030052196A, 박막 칩 저항기 및 그 제조방법).
실무에서 이 구조를 모르고 넘어가면 꼭 한 번은 걸립니다. 저도 예전에 납땜 인두 온도를 너무 높여서 손작업으로 저항을 재작업하다가, 전극 도금층이 벗겨지며 저항체 자체가 기판에서 떨어져 나간 걸 본 적이 있습니다. 겉보기엔 멀쩡한데 저항값이 무한대로 튀어서 한참 원인을 찾았고, 결국 인두 온도와 접촉 시간이 원인이었습니다.
레이저 트리밍으로 저항값 오차등급이 갈리는 과정
소성이 끝난 직후의 저항값은 사실 목표값과 딱 맞아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항체막 표면을 레이저로 깎아내며 실시간으로 저항값을 측정하는 레이저 트리밍(Laser Trimming) 공정을 거칩니다. 저항체는 전류가 흐르는 통로 폭이 좁아질수록 저항값이 커지는 원리라, 레이저로 깎아 통로를 좁히는 식으로 값을 올려서 목표치에 맞춥니다.
이 트리밍 정밀도에 따라 F급(±1%), J급(±5%) 같은 오차등급이 결정됩니다. 제가 예전에 정밀 전류감지용 저항을 J급으로 잘못 발주받은 적이 있는데, 도면 오차등급을 안 보고 그냥 저항값만 맞춰서 넣었다가 검사지그 측정 편차가 계속 튀는 걸 뒤늦게 발견했습니다. 같은 저항값이라도 등급을 확인하지 않으면 나중에 캘리브레이션 단계에서 반드시 대가를 치릅니다.
SMD 저항 선정할 때 실무자가 놓치기 쉬운 부분
패키지 크기가 작아질수록 실장 공차가 좁아지고 정격전력도 함께 줄어듭니다. 0402 사이즈는 대부분 정격전력이 0.0625W~0.1W 수준으로 낮아서, 회로 계산상 여유가 있어 보여도 실제 발열 마진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품 질량과 실장 면적이 매우 작기 때문에 솔더량이나 리플로우 시 미세한 기류만으로도 부품 위치가 틀어질 수 있어 고급 SMT 라인이 아니면 안정적인 실장이 어렵다는 점도 실제 생산에서 자주 부딪히는 문제입니다(출처: JLCPCB, SMD 저항 패키지 사이즈 가이드).
저는 검사지그 설계 시 정격전력을 계산값의 최소 2배 이상으로 여유를 두는 걸 원칙으로 삼습니다. 한 번은 계산상 딱 맞는 0.1W 저항을 0402에 그대로 썼다가, 양산 라인에서 연속 가동 시 저항 표면 온도가 예상보다 높게 올라가 인접 커패시터 수명에 영향을 준 사례를 겪은 뒤로 이 원칙을 절대 안 어깁니다.
용도에 따른 저항 분류, 어디에 뭘 쓰는지
재질로 나누는 분류는 "무엇으로 만들었나"를 보는 거고, 용도로 나누는 분류는 "회로의 어느 자리에 넣을 건가"를 보는 겁니다. 저는 도면 그릴 때 오히려 용도 기준으로 먼저 생각하고, 그다음에 재질을 정합니다. 자리마다 요구하는 스펙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 용도 | 핵심 스펙 | 주로 쓰는 종류 |
|---|---|---|
| 전류 제한 | 정격전력 | 탄소피막, SMD 후막 |
| 전압분배·기준전압 | 오차등급, TCR | 금속피막, 박막저항 |
| 풀업·풀다운 | 실장 밀도 | 저항 네트워크(Array) |
| 전류감지(션트) | 극저항값, 낮은 TCR | 금속판저항, 망가닌 권선 |
| 방전·돌입전류 억제 | 정격전력, 서지내성 | 시멘트저항, 권선저항 |
| 임피던스 매칭 | 고주파 특성 | 고주파 전용 SMD 후막 |
| 온도·광량 감지 | 감도 곡선 | NTC/PTC 서미스터, CDS |
| 캘리브레이션 | 기계적 안정성 | 트리머, 가변저항 |
이 중에서 저는 전류감지용 자리 선정할 때 가장 예민하게 굽니다. 전류감지 저항이란 회로에 흐르는 전류를 저항 양단의 전압강하로 환산해서 읽어내는 용도인데, 문제는 저항값 자체가 0.01옴처럼 극도로 작다 보니 PCB 배선(트레이스) 저항까지 오차에 그대로 섞여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예전에 전류감지 회로에서 계산값과 실측값이 자꾸 5% 넘게 어긋나서 며칠을 고생한 적이 있는데, 원인은 저항 자체가 아니라 저항 양단에서 전압을 픽업하는 배선 경로였습니다. 일반적인 2단자 연결로는 배선저항까지 같이 측정되어 버리기 때문에, 결국 4단자 켈빈(Kelvin) 연결로 배선을 다시 잡고 나서야 오차가 0.5% 이내로 줄었습니다. 이 경험 이후로 저는 전류감지 자리를 설계할 때 저항 스펙만 보는 게 아니라 반드시 PCB 풋프린트 단계에서부터 켈빈 패턴을 함께 그립니다. 용도에 맞는 저항을 골라도 배선 설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걸 직접 겪고 나서야 체감했습니다.
저항 관련 자주 묻는 질문 Q&A
Q1. 후막저항과 박막저항, 가격 차이가 왜 이렇게 큰가요?
박막저항은 진공 스퍼터링 장비와 고순도 알루미나 기판을 쓰기 때문에 설비 투자비와 공정 시간이 훨씬 많이 듭니다. 대신 TCR과 정밀도가 월등히 좋습니다.
Q2. 저항 표면에 적힌 숫자 코드는 어떻게 읽나요?
3자리 코드면 앞 두 자리가 유효숫자, 마지막 자리가 곱하는 0의 개수입니다. 103이면 10×1000=10,000옴, 즉 10K옴입니다. 4자리 코드는 정밀급에서 주로 씁니다.
Q3. 저항 하나가 발열로 타버린 흔적이 있으면 회로 자체 문제인가요?
저항 자체 정격전력을 초과했거나, 주변 회로 쇼트로 과전류가 흘렀을 가능성이 큽니다. 제 경험상 열 흔적이 있는 저항 주변부터 절연저항을 재보는 게 원인 찾기 가장 빠릅니다.
Q4. 초저항값(0.01옴 이하) 전류감지 저항은 왜 따로 분류하나요?
일반 후막 방식으로는 이 정도로 낮은 값을 안정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워서, 금속판을 직접 가공하는 금속판 저항(Current Sense Resistor) 계열을 따로 씁니다.
Q5. 오래된 재고 저항을 다시 써도 괜찮나요?
저항체 자체는 노화가 크지 않지만, 리드나 전극 표면 산화로 납땜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 장기 재고품은 저는 웬만하면 새 로트로 교체합니다.
정리하며
저항은 회로에서 가장 저렴하고 가장 흔한 부품이지만, 그 안을 뜯어보면 세라믹 소재공학과 정밀 트리밍 기술이 응축된 부품입니다. 단순히 저항값만 맞추는 게 아니라 오차등급, 정격전력, TCR, 패키지 사이즈, 그리고 용도에 맞는 배선 설계까지 함께 보는 습관이 결국 불량률과 재작업 시간을 줄입니다. 다음 2편에서는 전류감지용 저항과 션트저항(Shunt Resistor) 설계, 그리고 저항값 선정 시 실무 계산 노하우를 더 깊게 다뤄보겠습니다.
1. 내 회로에 쓴 저항의 오차등급(F/G/J)을 도면에서 다시 확인해보기
2. 정격전력 대비 실제 소모전력이 절반 이하인지 계산해보기
3. 정밀 기준전압단에는 탄소피막이 아닌 금속피막 이상급을 쓰고 있는지 점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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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필자의 실무 경험과 공개된 기술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제품의 설계나 구매를 권유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실제 부품 선정 시에는 반드시 제조사의 데이터시트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