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의 모든 것 3편 | 전압 분배 및 기준 전압용 저항 사용법

같은 회로, 같은 저항값인데 검사지그마다 측정값이 미세하게 달랐던 적이 있습니다. 0.1% 오차 안에서 판정해야 하는 라인이었는데, 지그 3대의 기준전압이 서로 조금씩 어긋나 있었던 겁니다. 원인을 추적해보니 전압분배용 저항 두 개의 온도계수가 서로 다른 로트에서 섞여 들어간 게 문제였고, 저항값 자체는 정상이었는데도 온도에 따라 분배비가 미세하게 벌어졌던 겁니다. 전압분배와 기준전압 용도의 저항은 값만 맞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걸 그때 제대로 배웠습니다. 오늘은 이 주제를 원리부터 내부구조, 주의사항까지 풀어보겠습니다.

전압분배·기준전압용 저항을 쓰는 이유와 원리

전압분배(Voltage Divider) 회로는 직렬로 연결한 두 저항의 비율로 원하는 전압을 만들어내는 가장 기본적인 회로입니다. 출력전압은 입력전압에 아래쪽 저항값을 곱하고, 두 저항의 합으로 나눈 값이 됩니다. ADC 입력단에서 고전압을 낮춰서 읽거나, 배터리 잔량을 감지하거나, 비교기(Comparator)의 문턱전압을 설정할 때 이 원리를 그대로 씁니다.

기준전압(Reference Voltage) 용도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단순히 전압을 낮추는 게 아니라, 이후 모든 측정과 판정의 "0점" 역할을 하는 전압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정밀도 요구 수준이 완전히 다릅니다. 저는 검사지그의 ADC 기준전압단을 설계할 때, 여기서 발생하는 오차가 뒤쪽 모든 측정값에 그대로 곱해져서 퍼진다는 걸 항상 염두에 둡니다.

중요한 건 절대값보다 비율(Ratio)입니다. 두 저항의 절대 저항값이 도면과 조금 다르더라도, 두 저항 사이의 비율만 정확하면 분배전압은 정확하게 나옵니다. 반대로 절대값은 정확한데 두 저항의 온도 변화 방향이 서로 다르면, 온도가 바뀔 때마다 분배비가 흔들려버립니다. 제가 겪은 검사지그 오차 사례가 바로 이 경우였습니다.

요약 — 전압분배·기준전압 회로는 저항의 절대값보다 두 저항 사이의 비율 정확도와, 그 비율이 온도에 따라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전압분배·기준전압용 저항의 종류와 특성

이 용도에서는 오차등급과 TCR이 선택의 첫 번째 기준입니다. 금속필름 정밀저항, 박막 칩저항, 저항 네트워크(Array), 금속호일저항까지 등급별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종류 전형적 오차등급 특징
금속필름 정밀저항 ±0.1~1% 가격 대비 정밀도 우수, 범용
SMD 박막 칩저항 ±0.1~0.5% 소형화, 양산 기준전압단에 다용
저항 네트워크(정합쌍) 비율오차 ±0.05% 수준 동일 칩 내 저항끼리 온도특성 일치
금속호일저항 ±0.01~0.05% 최고 정밀급, 계측기용, 고가

실제로 정밀 저항기 계열은 금속필름, 권선형, 금속호일, 박막 칩저항 순으로 정밀도와 가격이 함께 올라가는 구조이며, 금속호일 방식은 정확도가 0.05% 수준까지 나와 의료기기처럼 신뢰성이 생명인 분야에 주로 쓰입니다(출처: 알엠에스옴, 정밀 저항기 회로 정확도의 핵심). 저는 일반 양산 기준전압단에는 금속필름이나 박막 칩저항이면 충분하다고 보고, 저항 네트워크는 채널이 여러 개라 비율 정합이 특히 중요한 다채널 계측보드에 우선 검토합니다.

현장 팁 — 두 저항의 절대 오차등급만 보지 말고, 가능하면 같은 릴(Reel)·같은 로트에서 뽑아 실장하는 것만으로도 비율오차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대표적인 정밀저항, 저항 네트워크(어레이 저항)의 내부 구조

[저항 네트워크(어레이 저항)의 내부 구조]

전압분배·기준전압 용도에서 제가 가장 신뢰하는 부품이 저항 네트워크(Resistor Network, 정합쌍)입니다. 어레이 저항(Array Resistor)이라고도 많이 부릅니다. 1편에서 다룬 SMD 박막 칩저항이 낱개 저항이라면, 이건 하나의 세라믹 기판 위에 저항 여러 개를 동시에 형성한 부품입니다.

내부 구조를 보면 알루미나 기판 한 장 위에 스퍼터링으로 저항막을 한 번에 증착하고, 레이저 트리밍도 각 저항을 동시에 같은 공정 조건에서 진행합니다. 같은 웨이퍼, 같은 소성·트리밍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개별 저항의 절대 오차보다 저항 사이의 상대 오차, 즉 비율 정합도(Ratio Matching)가 훨씬 좋게 나옵니다. 또한 하나의 기판 위에 있다 보니 열이 퍼질 때도 거의 동시에 같은 온도로 오르내려서, 개별 부품을 따로 실장했을 때보다 TCR 트래킹(Tracking) 특성이 우수합니다.

여기서 TCR 트래킹이란 두 저항이 온도 변화에 얼마나 "같은 방향, 같은 폭으로" 변하는지를 나타내는 특성으로, 절대 TCR 수치보다 오히려 정밀 분배회로에서는 더 중요하게 취급됩니다. 개별 저항 두 개를 따로 실장하면 아무리 같은 스펙이어도 기판 위치나 발열원과의 거리 차이 때문에 실제 온도가 미세하게 달라지고, 그만큼 트래킹 특성이 떨어집니다.

제가 예전에 정밀 계측보드를 리비전하면서 개별 저항 2개짜리 분배회로를 정합쌍 네트워크 부품 하나로 바꾼 적이 있는데, 별도 캘리브레이션 없이도 채널 간 편차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걸 확인했습니다. 부품 하나 바꿨을 뿐인데 소프트웨어 보정 로직을 상당 부분 걷어낼 수 있었던 경험이라 지금도 다채널 보드에는 우선적으로 이 부품을 검토합니다.

요약 — 저항 네트워크는 한 기판 위에 여러 저항을 동시 형성해서 절대 오차보다 비율 정합도와 TCR 트래킹이 뛰어난 구조입니다. 다채널 정밀 분배회로에 유리합니다.

전압분배·기준전압용 저항 사용시 주의사항

첫째, 로딩 효과(Loading Effect)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전압분배 뒷단에 ADC나 다음 회로가 연결되면, 그 회로의 입력임피던스가 분배저항과 병렬로 물리면서 분배비가 계산과 달라집니다. 저는 뒷단 입력임피던스가 분배저항 합의 최소 10배 이상 되도록 설계하는 걸 원칙으로 삼습니다.

둘째, 자체발열(Self-heating)을 고려해야 합니다. 기준전압단은 항상 전류가 흐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저항값을 너무 작게 잡으면 지속적인 발열로 TCR 영향이 커집니다. 반대로 너무 크게 잡으면 노이즈와 로딩 효과에 취약해지므로, 저는 보통 수 kΩ~수십 kΩ 대역에서 균형을 잡습니다.

셋째, 고전압 분배 회로라면 저항의 전압내성(Voltage Rating)도 봐야 합니다. 저항값과 정격전력만 계산하고 넘어가기 쉬운데, 고전압 측정단에서는 저항 자체의 최대 인가전압 스펙을 반드시 데이터시트에서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 실무에서 자주 강조되는 부분입니다(출처: Texas Instruments, 고전압 측정을 위한 고려사항). 저항 여러 개를 직렬로 나눠서 각각의 인가전압을 낮추는 것도 실무에서 흔히 쓰는 방법입니다.

넷째, 배선(트레이스) 저항과 비아(Via) 저항도 정밀 분배회로에서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제가 예전에 계산상으로는 완벽했던 분배회로가 실측에서 미세하게 어긋나서 한참을 뒤졌는데, 원인은 저항이 아니라 얇고 긴 트레이스 경로에서 발생한 배선저항이었습니다. 이후로 정밀 분배회로는 트레이스를 최대한 짧고 굵게 그리는 걸 기본으로 삼습니다.

현장 팁 — 정밀 분배회로 설계 순서는 저항값 계산 → 로딩 효과 검토 → 자체발열/전압내성 확인 → 배선 경로 최적화, 이 순서로 체크하면 실측 오차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전압분배·기준전압 저항에 얽힌 이야기들

밴드갭 기준전압 IC가 있는데 왜 저항 분배를 또 쓸까요?
밴드갭 레퍼런스 IC는 절대적인 기준전압을 만들어주지만, 그 전압을 다른 레벨로 다시 낮추거나 여러 채널에 나눠 쓰려면 결국 저항 분배가 필요합니다. 기준전압 IC와 분배저항은 서로 대체재가 아니라 짝을 이루는 관계입니다.

켈빈-바를리 분배기(Kelvin-Varley Divider)는 뭔가요?
다단계로 저항을 배열해서 극도로 정밀한 비율의 전압을 만들어내는 회로로, 국가 표준급 전압 교정 장비에 쓰입니다. 저도 계측기 교정 관련 자료를 찾다가 이 구조를 처음 접했는데, 일반 산업용 회로에서 쓸 일은 거의 없지만 저항 비율 정합의 극단적인 예시로 흥미로웠습니다.

E96 시리즈는 왜 정밀저항에서만 보일까요?
E24가 24단계 표준값 체계라면 E96은 96단계로 훨씬 촘촘합니다. 1% 이하 정밀등급 저항은 이 촘촘한 표준값이 있어야 계산된 저항값에 가깝게 맞출 수 있어서, 정밀급 도면에서 유독 낯선 숫자의 저항값을 자주 보게 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전압분배·기준전압 저항 관련 자주 묻는 질문 Q&A

Q1. 전압분배 저항값은 크게 잡는 게 좋나요, 작게 잡는 게 좋나요?
저는 노이즈와 소비전력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 수 kΩ대를 기본으로 씁니다. 너무 작으면 소비전류가 늘고, 너무 크면 노이즈에 취약해집니다.

Q2. 같은 로트 저항을 못 구하면 어떻게 하나요?
저항 네트워크(정합쌍) 부품으로 대체하는 걸 우선 검토합니다. 개별 저항 로트를 맞추는 것보다 훨씬 안정적입니다.

Q3. 기준전압단에 커패시터를 병렬로 넣어야 하나요?
네, 저는 노이즈 필터링용으로 소용량 커패시터를 함께 넣습니다. 다만 커패시터 값이 너무 크면 응답속도가 느려지니 회로 특성에 맞게 조정합니다.

Q4. 분배저항 값을 실측했더니 계산과 다릅니다. 저항 불량인가요?
저항 자체보다 로딩 효과나 배선저항을 먼저 의심해보시길 권합니다. 제 경험상 대부분 이 두 가지가 원인이었습니다.

Q5. 정밀저항은 무조건 비싼 걸 써야 하나요?
아닙니다. 요구되는 정밀도 수준에 맞춰 등급을 고르는 게 우선입니다. 과도한 스펙은 원가만 올리고 실익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리하며

전압분배·기준전압용 저항은 절대값보다 비율과 온도 트래킹이 핵심이라는 게 이번 편의 결론입니다. 로딩 효과, 자체발열, 배선저항까지 함께 봐야 실측에서 계산값과 어긋나는 문제를 막을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전류감지(션트)용 저항을 실무 계산 노하우 위주로 더 깊게 다뤄보겠습니다.

오늘 확인해볼 것 3가지
1. 분배저항 뒷단 입력임피던스가 충분히 큰지 확인해보기
2. 기준전압단 저항 두 개가 같은 로트/같은 등급인지 점검해보기
3. 정밀 분배회로의 트레이스 경로가 짧고 굵게 그려졌는지 확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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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필자의 실무 경험과 공개된 기술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제품의 설계나 구매를 권유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실제 부품 선정 시에는 반드시 제조사의 데이터시트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