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 5편 | 다알링턴 트랜지스터로 큰 부하 구동하기

7채널 밸브를 한꺼번에 구동하는 드라이버 보드를 좁은 제어함에 욱여넣었다가, 방열판도 없이 조용히 익어가던 걸 뒤늦게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4편에서 TR 스위칭의 기본기를 다졌다면, 5편은 그 스위칭 능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방법입니다. TR 하나로는 부족한 큰 부하를, MCU의 작은 출력 전류만으로 구동하는 다알링턴 트랜지스터입니다.

이득이 크다는 건 알려져 있지만, 그 이득을 얻기 위해 무엇을 내주는지는 의외로 실무에서 놓치기 쉽습니다.

다알링턴 트랜지스터란, TR 두 개를 겹쳐 만든 스위치

다알링턴 트랜지스터(Darlington Transistor)는 TR 두 개를 한 몸처럼 연결한 구조입니다. 첫 번째 TR의 이미터를 두 번째 TR의 베이스에 직접 물리고, 두 컬렉터를 하나로 묶습니다.

[다알링턴 스위치 회로]

이렇게 연결하면 첫 번째 TR이 만들어낸 이미터 전류가 고스란히 두 번째 TR의 베이스 전류가 됩니다. 앞단 TR이 뒷단 TR을 위한 '베이스 전류 공급책'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두 개의 TR이지만 겉으로는 마치 하나의 TR처럼 세 개의 단자(베이스, 컬렉터, 이미터)만 밖으로 나오도록 패키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회로도 상으로는 일반 TR 하나를 쓰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한 줄 요약

다알링턴 트랜지스터는 앞단 TR의 이미터 전류가 뒷단 TR의 베이스 전류가 되도록 두 TR을 직결한 구조입니다. 겉으로는 일반 TR 하나처럼 세 단자로 패키징됩니다.

전류증폭률의 곱, hFE1×hFE2

다알링턴의 가장 큰 매력은 전류증폭률입니다. 앞단 TR의 hFE가 첫 번째로 증폭한 전류를, 뒷단 TR의 hFE가 다시 한번 증폭합니다. 그 결과 전체 전류증폭률은 두 hFE를 곱한 값에 가깝게 나옵니다.

각각 hFE가 100 정도인 TR 두 개를 다알링턴으로 묶으면, 이론상 전체 전류증폭률이 10,000에 육박합니다. 실제 제품 데이터시트를 봐도 이런 특성이 그대로 드러나는데, 대표적인 다알링턴 TR인 TIP120은 컬렉터 전류 3A 조건에서도 hFE가 최소 1,000 이상으로 보증됩니다. 일반 TR이라면 같은 전류에서 hFE가 수십 수준까지 뚝 떨어지는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차이입니다.

이 덕분에 MCU 핀에서 겨우 몇 밀리암페어만 흘려줘도, 다알링턴 TR은 수 암페어급 릴레이나 솔레노이드, 소형 모터까지 직접 구동할 수 있습니다. 4편에서 다룬 오버드라이브 계산도 훨씬 여유롭게 잡을 수 있어, 베이스 구동 회로가 단순해진다는 부수적인 장점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 다알링턴 TR의 전체 전류증폭률은 두 TR의 hFE를 곱한 값에 가까워, 수천 단위까지 올라갑니다. MCU의 작은 출력 전류만으로 대전류 부하를 직접 구동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대가 1, VCE(sat)와 VBE가 커진다

이 큰 이득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릅니다. 첫 번째 대가는 전압 손실입니다. 다알링턴은 베이스-이미터 접합이 직렬로 두 개 이어진 구조라, 완전히 켜지기 위한 문턱전압(VBE)이 일반 TR의 약 0.7V가 아니라 두 배에 가까운 약 1.2~1.4V까지 올라갑니다.

포화 상태에서의 컬렉터-이미터 전압(VCE(sat))도 마찬가지로 커집니다. 일반 TR이 포화 시 0.1~0.2V 수준까지 떨어지는 것과 달리, 다알링턴은 뒷단 TR의 포화전압에 앞단 TR의 이미터-베이스 전압이 더해지는 구조라 보통 1V 안팎, 전류가 커지면 그 이상까지 올라갑니다. 실제로 TIP120 데이터시트에도 컬렉터 전류 3A 조건에서 VCE(sat)가 최대 2V까지 명시되어 있습니다.

일반 TR이라면 신경 쓸 필요도 없던 이 손실이, 다알링턴에서는 전류가 커질수록 무시할 수 없는 발열원이 됩니다. 완전히 켜진 스위치라고 믿고 계산했는데, 실제로는 1V 넘는 전압이 그대로 걸려있는 셈이니 여기서 소모되는 전력(P=V×I)이 절대 작지 않습니다.

한 줄 요약

다알링턴은 접합이 두 개 겹쳐진 구조라 VBE는 약 1.2~1.4V, 포화 시 VCE(sat)도 1V 안팎까지 올라갑니다. 큰 전류를 다룰수록 이 전압 손실이 만드는 발열이 무시 못 할 수준이 됩니다.

대가 2, 스위칭 속도가 더 느려진다

두 번째 대가는 속도입니다. 4편에서 다룬 저장시간(storage time)이 이번에는 TR 두 개 분량으로 겹쳐 쌓입니다. 앞단 TR이 꺼져야 뒷단 TR도 따라 꺼지는 구조이다 보니, 두 단의 저장시간이 순차적으로 더해져 전체 턴오프 시간이 일반 TR보다 훨씬 길어집니다.

그래서 다알링턴은 고속 스위칭보다는 릴레이, 솔레노이드, 저속 모터 구동처럼 스위칭 주파수가 낮은 자리에 훨씬 잘 어울립니다. 4편에서 다룬 베이커 클램프 기법을 다알링턴에 함께 적용해 속도를 개선하는 제품도 있지만, 애초에 고속 스위칭이 목적이라면 다알링턴보다는 단일 TR이나 MOSFET을 검토하는 게 순리입니다.

7채널 밸브 드라이버 보드에서 겪은 발열 사고

서두에 말씀드린 사고를 좀 더 풀어보겠습니다. 자동화 설비의 공압 밸브 7개를 한 보드에서 구동해야 해서, 다알링턴 어레이 IC인 ULN2003을 선택했습니다. MCU 출력 핀 하나로 밸브 코일을 바로 구동할 수 있고, 내부에 프리휠링 다이오드까지 내장돼 있어 7편에서 다룬 역기전력 대책까지 한 번에 해결되는 편리한 부품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IC를 좁은 제어함 안에 다른 부품들과 함께 빽빽하게 배치하면서 생겼습니다. 각 채널의 부하 전류 자체는 정격 안에 들어 있었지만, 일반 TR 스위치라면 무시했을 법한 채널당 약 1V 안팎의 VCE(sat) 손실을, 7채널이 동시에 켜지는 조건에서는 전혀 감안하지 않고 방열 설계를 넘어갔습니다.

몇 주 뒤 정기 점검 때 제어함을 열어보니 해당 IC 주변 기판이 눈에 띄게 변색되어 있었습니다. 각 채널의 전압 손실이 만드는 발열이 7채널 분량으로 누적되면서, 방열판도 없는 좁은 제어함 안에서 IC 자체 온도가 계속 높은 상태로 유지되고 있었던 겁니다. 다행히 화재나 완전한 고장으로 이어지기 전에 발견했지만, 다알링턴 하나하나의 전압 손실은 작아 보여도 채널 수가 늘고 밀폐된 공간에 몰리면 절대 작지 않은 발열이 된다는 걸 그때 제대로 체감했습니다.

그 뒤로는 다알링턴 어레이를 쓸 때마다 채널당 VCE(sat) 손실에 동시 구동 채널 수를 곱해 전체 발열량을 미리 계산하고, 필요하면 방열판이나 통풍 구조를 함께 검토하는 걸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한 줄 요약

다알링턴 어레이는 채널당 전압 손실이 작아 보여도, 여러 채널이 동시에 켜지고 밀폐된 공간에 배치되면 발열이 누적되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채널 수와 방열 조건을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실무 부품, TIP120과 ULN2003 다알링턴 어레이

구분 TIP120(단일 다알링턴) ULN2003A(7채널 어레이)
채널 수 1개 7개
채널당 최대 전류 5A 500mA
내장 프리휠링 다이오드 없음(외부 추가 필요) 있음(공통 캐소드 클램프 다이오드)
주요 용도 단일 대전류 부하(모터, 히터) 다채널 릴레이·솔레노이드·표시등 구동

TI의 공식 제품 자료에서도 ULN2003A는 7개의 NPN 다알링턴 쌍으로 구성되며, 유도성 부하 스위칭을 위한 공통 캐소드 클램프 다이오드를 내장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출처: Texas Instruments, ULN2003AI 제품 자료). 릴레이나 솔레노이드처럼 여러 채널을 한 번에 구동해야 하는 자리라면 이런 어레이 IC가 부품 수를 크게 줄여주지만, 제가 겪은 것처럼 채널 수만큼 늘어나는 발열은 반드시 별도로 계산해야 합니다.

참고 링크

다알링턴이라는 이름의 주인공은 미국의 전자공학자 시드니 다알링턴입니다. 벨 연구소에서 일하던 그는 1952년 주말 동안 갓 만들어진 실리콘 트랜지스터 두 개를 집으로 가져가 이것저것 실험하다가, TR 두 개를 이어붙이면 전류증폭률이 곱으로 커진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듬해인 1953년 특허로 등록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다알링턴 본인이 애초에 스위칭 회로가 아니라 필터 설계와 회로망 이론(네트워크 신시시스) 분야의 대가였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이 업적으로 IEEE 최고 영예인 메달 오브 아너까지 받았는데, 정작 오늘날 전 세계 엔지니어들이 가장 흔하게 접하는 그의 업적은 정교한 필터 이론이 아니라, 주말에 집에서 취미 삼아 만지작거리다 발견한 이 소박한 회로 아이디어입니다. 복잡한 이론보다 단순한 아이디어 하나가 더 오래, 더 널리 기억되는 경우가 전자공학사에는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 기사 링크: Texas Instruments, ULN2003AI 제품 자료

· 뉴스 링크: MOSFET 파워 트랜지스터 시장 규모와 성장 전망(2026-2031년)

· 학회 링크: IEEE Electron Devices Society

· 논문 링크: 한국반도체산업 발전사 연구 논문

자주 묻는 질문 Q&A

Q1. 다알링턴을 쓸지 일반 TR을 쓸지는 어떤 기준으로 정하나요?

구동해야 할 부하 전류가 크고 MCU나 로직 IC의 출력 전류가 작아 오버드라이브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다알링턴이 유리합니다. 반대로 전압 손실이나 스위칭 속도가 중요한 자리라면 일반 TR이나 MOSFET 쪽을 먼저 검토하는 게 좋습니다.

Q2. 다알링턴의 VCE(sat) 손실을 줄일 방법은 없나요?

구조적인 한계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여유 있는 전류 정격의 부품을 골라 정격 대비 여유 있게 운용하면 손실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습니다. 손실 자체가 부담스러운 자리라면 MOSFET으로 전환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Q3. ULN2003 같은 어레이 IC의 채널을 병렬로 묶어 전류를 늘려도 되나요?

제조사 자료에서도 다알링턴 쌍을 병렬로 묶어 전류 용량을 늘리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어 가능한 방법이긴 합니다. 다만 8편에서 다룰 다이오드 ORing 문제처럼 채널 간 VCE(sat) 편차로 전류가 한쪽으로 쏠릴 수 있어, 균형을 맞추는 별도 검토가 필요합니다.

Q4. 다알링턴 내부 프리휠링 다이오드가 있으면 외부에 따로 안 달아도 되나요?

ULN2003처럼 내장된 제품이라면 릴레이나 솔레노이드 코일 보호용으로는 충분한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부하 전류나 서지 조건이 데이터시트 정격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면, 7편에서 다룬 것처럼 외부에 별도 프리휠링 다이오드를 추가하는 걸 검토해야 합니다.

Q5. 6편에서는 어떤 내용을 다루나요?

6편부터는 용도별 분류의 세 번째 갈래인 전류 제어 및 바이어스로 넘어갑니다. 정밀한 기준전류를 만들어내는 전류미러 회로의 원리와 응용을 다루겠습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

· 다이오드 시리즈 7편 — 프리휠링(플라이백) 다이오드로 역기전력 차단하기

· 다이오드 시리즈 1편 — 다이오드란 무엇인가, PN접합과 V-I 특성곡선

· TR 시리즈 4편 — TR 스위칭 회로, 포화 영역으로 확실하게 켜는 법

· TR 시리즈 6편 — 전류미러 회로의 원리와 응용

결론

오늘 다룬 내용을 정리하면, 다알링턴 트랜지스터는 두 TR의 hFE를 곱해 압도적인 전류증폭률을 얻지만, 그 대가로 VBE·VCE(sat)가 커지고 스위칭 속도도 느려진다는 트레이드오프를 갖습니다.

제가 밸브 드라이버 보드에서 겪은 것처럼, 채널 하나하나의 전압 손실은 작아 보여도 채널 수가 늘고 방열 여건이 나빠지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발열로 돌아옵니다. 다알링턴을 채택할 때는 항상 '이 손실이 몇 채널, 어떤 공간에서 누적되는가'까지 함께 계산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다음 6편부터는 스위칭을 마무리하고, 정밀한 기준 전류를 만들어내는 전류미러 회로로 넘어가겠습니다.

본 글은 필자의 실무 경험과 공개된 기술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참고용 정보이며, 특정 부품의 선정이나 회로 설계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실제 설계 적용 시에는 반드시 해당 부품의 최신 데이터시트와 안전 규격을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